무섭게 비가 내리던 한 주였습니다. 부디 비로 인한 피해가 없으시기를요.

비가 많이 내리면, 1993년 여름 산사태로 돌아가신 외할머니, 할아버지가 생각납니다. 집에서 주무시고 계셨는데 갑자기 산이 물밀듯이 내려왔다고 해요. 당시 저는 다섯살이어서 정확하게 상황이 기억나지는 않아요. 하지만, 지금 제 나이보다 어렸던 엄마가 하염없이 우셨던 것, 장마진 하늘, 눅눅하면서 무거운 공기들이 떠오릅니다. 그래서인지 TV를 통해 전해지는 각종 재난상황들이 더욱 가슴 저미게 다가오더라고요. 동시에 반복되는 인재(人災)의 상황 속에서, 나라면 과연 탈출할 수 있었을까? 생각해보게 되어요. '상황에 기민하게 반응해', '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네 판단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 지체없이 탈출해'라는 말보다는 '기다려', '가만히 있어'라는 말에 더욱 익숙한 저인데요.